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한국에서 엔지니어로 활약한다면 과연 어떤 대우를 받을까.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소프트웨어(SW) 기술자 신고제를 적용하면 이들은 ‘초보 등급’도 아닌 ‘무 등급’이다. 대학을 중퇴한 이들이 초보 경력이라도 인정받으려면 현장에선 이미 무용지물로 전락한 ‘정보처리기사’ 자격증부터 따야한다.
SW 기술자 신고제가 시행 8개월째를 맞으면서 이 ‘제도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W개발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8월부터 도입한 SW기술자 신고제가 오히려 SW 개발자 경력을 깎아먹는 제도로 변질돼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술자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학력·자격증 등 너무 제도화된 기준만 제시해 실제 능력과 현장경험 갖춘 고급 엔지니어들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이 제도는 폐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은 80%만, 자격증·학위 취득 이전 경력은 50%만 인정해 도입 초기부터 논란이 됐다. 하지만 공공 사업에 참여하려면 이 제도에 기반한 경력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 해 개발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 제도를 따라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자격증과 학위는 없지만, 고교 시절부터 SW개발을 시작해 실력을 검증받은 개발자들이 이른바 ‘간판’이 없다는 이유로 연구개발(R&D) 현장에서 배제된다는 점이다. 경력을 인증받지 못해 초급등급을 받으면 노임단가가 그만큼 낮아져 SW기업들이 이들을 공공 프로젝트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한 SW업체 사장은 “현 제도는 대학을 졸업하고 코딩(coding) 등 단순 업무만 오래 한 이들이 더욱 높은 등급의 기술자로 분류되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고졸이지만 10년 이상 개발에 매진했던 실력자 두명을 단순한 유지보수 업무에 재배치하는 상황도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등급 격하로 실제 임금이 깎인 개발자의 불만도 고조됐다.
김모씨(35 남 경력 10년)는 “우리 회사의 경우 공공 사업 비중이 높은데, 프로젝트를 정상 진행하려면 어쩔 수 없이 신고제에 가입하면서 10년 이상 경력자가 초급·중급으로 분류돼 (회사에서) 임금 인하 압박이 심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산업노조는 이와 관련해 법률안 개정 테스크포스를 가동했다. 피해 사례를 수집해 이르면 다음달 집단 대응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간 자격증 인정 여부가 8개월 째 표류중인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는 지난해 8월 정보처리·사무자동화 등 현장에선 활용가치가 낮은 국가 공인 자격증 외에 높은 몸값을 보장하는 오라클의 OCP, MS의 MCSE 등을 제도권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8개월이 지났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유정열 지식경제부 SW산업정책과장은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민간 자격증 도입 여부를) 검토만 하고 있을 뿐, 실제 추진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기사출처 : 전자신문 1면 기사
http://www.etnews.co.kr/news/detail.html?id=201004120258&mc=m_012_00001
그러게요 정보처리기사가 있고, 없고가 고급기술자의 판가름이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