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 신고제` 졸속 시행 논란
박상훈 기자 nanugi@dt.co.kr | 입력: 2009-03-31 22:49
기술자ㆍIT서비스업체 모두 불만… 제도 보완도 지연
시행 4개월째 등록자 1300여명 불과
논란 속에 도입된 소프트웨어(SW)기술자 신고제가 표류하고 있다. SW기술자들은 경력 인정 기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고 IT서비스 업체들은 실효성 없는 이중작업으로 업계의 부담만 지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제도 보완 지연으로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에 따르면 신고제 접수 4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현재 등록한 기술자는 1300여명에 불과하다. 당초 KOSA측이 제시한 올해 등록자 수는 3만명 정도. 7월까지 등록비 면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초기 접수 실적은 기대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SW기술자 신고제가 이처럼 초기흥행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일선 기술자들의 정서적 반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당초 정부는 기존 등급 부여자들에 대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수년간 고급, 특급 등으로 활동했던 기술자들도 SW기술자 신고제를 통해 기존 경력을 인정받으려면 과거 모든 근무 내역을 입증해야 한다.
특히 프리랜서는 소규모 인력송출업체에서 일했거나 개별 계약으로 수행한 경험까지 일정 양식의 증빙서류를 내야 한다. 이 경우 발주업체가 협조를 하지 않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프리랜서 개발자들의 말이다.
또한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한 기간의 경력을 50%만 인정하는 문제도 아직 풀지 못한 숙제다. 정부는 민간 자격증 가운데 추가로 국가공인민간자격증을 지정, 기술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에야 민간자격증에 대한 현황 파악이 끝나 실질적인 조치는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또 고급 기술자들이 많이 취득하고 있는 외산 자격증은 검토 대상에서조차 빠져 논란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르면 상반기중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다는 계획이지만 타 자격증과의 형평성, 자격증의 난이도 등 다각적인 검토가 필수적이어서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SW기술자 신고제에 대한 불만은 기술자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는 IT서비스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업체들은 권고사항이었던 SW기술자 신고제가 강제화 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일부 공공기관의 경우 제안요청서(RFP)에 SW기술자 신고제에 따른 경력 확인서 제출을 못박고 있어 장기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먹기로 SW기술자 신고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대형 IT서비스 업체들은 이미 관리하고 있는 인력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일괄 등록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본인 신고' 원칙 때문에 간단한 개인정보 외에는 일괄 등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경력사항을 인쇄해 본인 날인 후 우편 발송하면 KOSA가 이를 다시 수작업으로 입력하는 이중작업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체 신고에 따른 등록 정체 사태도 예상된다. LG CNS가 6월초 인력 5000여명 등록을 계획하고 있는 것을 비롯, 주요 기업들의 기술자 신고가 6월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KOSA는 신고 현황에 따라 현재 10여명인 담당자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방침이지만 신청자가 일시에 몰리는 `신고대란'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SW기술자 신고제는 중소 기술자들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 기술자들에게 성장 커리어 패스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SW기술자 신고제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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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가 아니고 우대로 제시했음 어땠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