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사랑은 강요한다고 되지 않는다. 디테일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에 강해지기 위해서는 뭔가 일을 잘 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디테일의 전제 조건은 바로 관심이고, 좋아하는 것이다. 주의력이 부족한 사람은 숲 속을 걸어가도 땔감을 찾아내지 못한다.
지혜도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관심, 의문,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왜 그렇지, 왜 안 되지, 왜 맨날 나는 야단을 맞는 거지, 더 빨리 더 잘하는 방법이 없을까,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돴라는 질문을 던져야 해결책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인 비 브라운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본사의 회장은 한국인 김해동 사장이다. 그는 한국지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해 회장으로 승진을 했다. 그는 `Double in three(더블인 쓰리)`라는 비전 (3년 안에 매출을 두 배 올리자고)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다들 긴가 민가 의심했지만 오히려 이 어려운 목표를 일년 앞당겨 달성함으로서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
그는 성공의 비결 중 하나로 관심을 꼽는다.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관심이 있으면 참여하게 되고, 일에 몰입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일을 잘 할 수 있고 당연히 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면 상사와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재미있고 열정이 생길 것이다. 그러면 성과를 낼 수 있고 또 다른 관심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관심이 주는 선순환 사이클이다. 구구절절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업무, 주변 사람, 고객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오로지 급여와 보너스에 관심이 집중될 뿐이다. 그러니 느는 것은 한숨뿐이다.
어떤 노련한 간호사의 얘기다. 간호학교를 다닌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퀴즈 문제를 냈습니다. 나는 똑똑한 학생이라 거침없이 문제를 풀었지요. 그런데 "학교를 청소하는 아줌마의 이름이 무엇인가?〃 라는 마지막 질문에서 걸리고 말았지요.
아마 농담이겠지! 저는 여러 번 그녀를 보았습니다. 50대 중반에 키가 크고, 검은 머리를 가진 여자였지요. 그러나 제가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알 수 있습니까? 당연히 마지막 질문은 빈칸으로 남겼지요. 시험이 끝나기 전 한 학생이 "마지막 문제도 점수에 포함됩니까" 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이 이렇게 얘길 했습니다. "당연하지, 네 인생에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들은 모두 중요한 사람들이지, 그들은 모두 관심의 대상이고 돌봄을 필요로 한단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그저 미소를 짓는 것이라도…" 나는 그 수업을 절대 잊을 수 없다. 그녀의 이름은 도로시였다.
"자신이 관련된 것 외에는 아무 관심을 갖지 말 것,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아무 표정도 짓지 말고 입을 꾹 다물고 있을 것, 화난 사람처럼 하고 있을 것" 많은 현대인들의 행동 철학이다. 길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은 정말 무표정하다.
음식점, 지하철, 은행, 수퍼마켓, 길거리에서 만나는 사람은 무관심 덩어리다. 얼굴에 "나한테 절대 말 걸지 마시오, 접근하면 발포합니다"라고 쓰고 다닌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것은 한편으로 이해가 된다. 많은 것에 많은 사람에 관심을 보이고 감정을 나누어 주다가는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무관심은 일종의 자기 보호 기제이다. 괜한 관심으로 상처를 받을까 두려워 무관심이란 갑옷으로 중무장을 한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은 똑똑한 행동 같지만 어리석은 행동이다. 내가 관심을 가질 때 정보가 들어온다. 내가 상대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상대도 내게 관심을 보인다.
디테일의 출발점은 관심이다. 일에 대한 관심, 삶에 대한 관심, 사람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없다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무거운 가방을 들고 있는 여인네를 보면 나는 기꺼이 도와준다. 혹시 작업을 건다는 오해 좀 받으면 어떠한가?
어린아이가 울고 있으면 무릎을 굽히고 왜 우는지 아저씨가 도와줄 일은 없는지 물어본다. 유괴범으로 오해를 받는다고 그것이 뭐 대수인가? 관심을 갖고 친절을 베푸는 것은 그 자체로 내게 큰 기쁨을 준다. 정말 잘 했다고, 다음에도 또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주변에 관심을 가져야 주변도 내게 관심을 갖는다. 그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다. 듣는다고 다 듣는 것 역시 아니다. 관심을 가진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린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돈 만큼이나 관심을 무지 아낀다. 그리고 아주 심각한 일, 중요한 일이 생길 때 조금씩 꺼낸다.
호기심과 관심은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부동산 정보가 들어오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회사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열정이 생기고 열심히 하게 되고 당연히 성과가 나고 칭찬을 받게 된다.(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