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과 나쁜 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일에 대한 태도만이 있을 뿐이다. (...) 병을 고쳐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의료업이 좋은 직업이다 그러나 매일 아픈 사람들과 살아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의사나 간호사는 그저 고된 직업일 뿐이다. 기업과 투자자에게 어디서도 얻지 못하는 고급 정보를 제공해 준다고 생각하면 회계는 수준 있는 직업이지만, 평생 숫자와 함께 지루하고 바쁜 일상을 반복해야 한다면 그것은 지겨운 일이다. (...) 그러므로 일의 가치는 객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에 대한 태도가 곧 그 일의 가치를 결정한다. 나는 무슨 일을 하든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제 목 : 세월이 젊음에게
지은이 : 구본형
펴낸곳 : 청림출판 / 2008.4.10 초판 발행, 초판 1쇄를 읽음 ₩10,000
저도 그런 사람이 좋습니다. 구본형 소장의 새 책 <세월이 젊음에게>의 앞부분에 나오는 말입니다. '20년 동안 직장인'이었다가 이제는 그 누구에게도 '글쟁이'라고 직업을 소개할 수 있는 그는 정말 일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2001년에 처음 그의 책을 접한 이래 8년째 읽고 있습니다. 거의 매년 그는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나옵니다. 그러나 변치 않는 게 있습니다. 그의 글은 시종일관 '나'와 '일' 사이의 '관계'에 집중합니다. 때로는 '나'에 대해, 또 어떤 때는 '일'에 대해 유독 많은 말을 할 때가 있지만, 결국 그 둘 사이의 관계와 균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그의 글은 모든 직장인에게 '현실'입니다. 초기 그의 책의 주제는 '변화'였습니다. 지금도 물론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미묘한 변화가 있습니다. 주장보다 점점 이야기가 많아집니다. 이제 그는 '꾼'이 다 됐습니다. 완전히 이야기꾼입니다. 그의 초기작 <낯선 곳에서의 아침>은 이야기가 곁들어 있으나 양념에 불과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딸을 위해 쓴 이번 책 <세월이 젊음에게>는 온통 이야기입니다. 그를 세상에 알린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불타는 갑판 위에서 뛰어내린 앤디 모칸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변화해야하는 까닭을 몸서리치도록 절박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그러나 <세월이 젊음에게>는 그토록 몸서리치는 이야기는 없습니다. 큰 충격은 없지만 작은 떨림의 연속입니다. 가볍게 읽히지만 애써 천천히 읽고 싶은 글들입니다. 이것조차 딸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부럽습니다. 딸의 첫 출근, 첫 월급. 그것은 밥벌이의 시작이자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내야 하는 자신과의 커다란 싸움의 시작임을 알기에 아버지는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을 것입니다. 그는 20년 동안 직장인이었고, 그래서 그 누구보다 '밥'과 '존재'의 싸움터였던 직장에 대해 많이 알고 있습니다.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겠습니까. 이 책은 첫 출근한 딸에게 하는 아버지의 평생 잔소리를 모두 모아 놓은 것입니다. 잔소리를 모아 책을로 엮은 그 아이디어, 그 재주, 그것이 부럽습니다.
그의 잔소리 몇 마디를 들어보겠습니다.
때가 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면 두려워하지 말고 그 길을 걸어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해라.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망설이지 마라. 떨리는 가슴으로 그 일을 선택하고 전력을 다하라. 매일 그 일 때문에 웃고 울어라. 그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는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p.49)
밥은 지독한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여기는 냉소만으로는 결코 불행을 극복할 수 없다. 그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스스로 만든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월급 받은 만큼만 일하고 노예로 푸념하면서 그 긴 인생을 낭비할 것이다. (p.20)
모든 감각 기관을 활용하고 정신적 촉각을 동원하여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세상과 연결시켜 보라. 그러면 일터는 놀이터로 변하게 될 것이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품삯을 위한 것이 아닌 훌륭한 놀이로 전환될 것이다. (p.32)
살아 있다는 것은 신비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과거 속에서 산다. 내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품고 산다. 그들은 매순간 어디론가 달아나려고 애쓴다.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다. 또한 자신이 살아 있다는 정말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 (p.115)
삶이라는 긴 여행이 아름다우려면 함께 걷는 사람이 좋아야 한다. 그게 사람 맛이다. (p.132)
개성만으로는 외롭다. 그 차별적인 매력이 빛을 발하려면 어울림이 필요하다. (p.230)
만약 후배가 찾아와 일에 대한 고민을 말한다면, 저는 제가 어떤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이 책부터 읽어보라고 권하겠습니다.
손병목의 독서유감 글입니다
좋은 글들 언제나 기쁘게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