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만들어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의 의미
국민소득 2만달러 조기달성? 그것도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니 3만달러도 할 수 있다. 국민소득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환율만 떨어지면 저절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예컨대 1인당 소득이 1,0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환율이 '1달러=1,000원'이면 1인당 국민소득은 1만달러가 된다. 하지만 똑같은 1,000만원의 소득이라도 환율이 500원으로 떨어지면 1인당 소득은 순식간에 2만달러로 늘어나고, 반대로 환율이 2,000원으로 치솟으면 1인당 국민소득은 하루아침에 5,000달러로 쪼그라든다. 거의 숫자놀음 수준이다.
이성철의 '2040 경제학 스트레칭' 중에서 (플루토북, 87p)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GNI)이 2만달러를 넘어섰다는 소식입니다. 정확하게는 2만45달러.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입니다. 1만달러를 돌파한지 12년만에 '드디어' 2만달러 고지를 넘어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 1천달러, 1만달러 돌파 당시처럼 기뻐만할 상황은 아닙니다. 실제 경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좋은 형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만달러 시대 개막'이라는 '낭보'와는 달리, 실제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제자리라는 것이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환율 하락 때문. 평균 환율이 2006년의 955.51원에서 2007년에는 929.20원으로 하락했습니다. 위에서 소개해드린 책의 설명처럼, 환율 하락은 원화 가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1인당 GNI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작년에는 환율 하락 효과에 크게 힘입어 '달러 기준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돌파한 것입니다.
선진국 진입이 목표인 우리로서는 3만달러를 언제 돌파할 지가 큰 관심사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일본은 2만달러에서 3만달러까지 4년 걸렸고 아일랜드는 5년, 영국은 7년이 걸렸습니다. 반면에 프랑스는 13년이 지나서 3만달러 고지를 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지금 상황으로는 3만달러 시대를 논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말합니다. 오히려 올해에 2만달러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한다는 주장입니다.
올해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 국민소득이 다시 1만달러 대로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입니다.
올해 평균환율은 1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한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4.7%를 기준으로 보면 올해 국민소득은 1만9751달러가 나옵니다. 경제성장률을 새 정부 목표치인 6%로 잡아도 1만9993달러에 그칩니다. 모두 '1만달러대'입니다.
환율이 1000원선 내외에서 움직일 경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는 2007년 한해에 그칠 우려가 있다는 얘깁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율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숫자놀음'이 아니라 실제 국민생활 수준이 높아져 2만달러 시대, 3만달러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겠지요. 우리경제의 내실이 튼튼해지고 알차져야한다는 겁니다.
그러려면 우리경제의 '잠재성장 능력'을 높이는 길 밖에 없습니다. 투자와 기술개발, 생산성 향상 노력, 우리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이런 노력들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어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도래' 소식입니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8.3.21)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