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부처 전산직 공무원입니다.
75년생으로 나이가 좀 많습니다.
2000년부터 ~ 2011년까지 12년 정도 델파이 개발자로 일하다가,
7급 공채 전산직으로 임용되어 중앙부처에서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어요.
최근, 헤드헌터 사장 친구 부탁으로 인사 프로그램을 만들어줬습니다.
예전 개발자들이 하던거죠..웹이 아닌 윈도 CS 프로그램
무보수로 만들어준거라 나중에는 약간 짜증나기는 했네요..아무리 친구지만 요구사항이 계속 있더라구요.
어쨋거나 만들어줬더니, SAP으로 진로를 바꾸라고 합니다.
SAP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ERP라는 말에 과거에 제가 델파이로 먹고 살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고민에 빠졌습니다.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1. 75년생의 너무나 늦은 나이로 다시 ERP 개발자의 길로 갈 수 있을지?
-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면 급여를 떠나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 대부분의 공무원이 그렇지만, 60세 이후의 삶을 엄청 걱정합니다. (다들 할 수 있는게 없어요..)
2. 취업 후 프리랜서의 길이 다른 분야보다 개발자 수 대비 조금 수월한지도 궁금합니다.
* 아마 예상 답변은 "그냥 공무원 하세요"..라고 하실 것 같은데..
10여년의 공무원 생활 동안 수직적 구조에서 가슴 졸이는 상황을 너무 많이 겪다보니,
공직을 탈출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될 정도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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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ble
2025.11.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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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나라
2025.11.15 07:31
장문의 답변 감사합니다.
현재의 시장분위기를 알고 싶기도 했고, 원했던 답변은 아니였으나, 현실을 알게 된 글이기도 하네요.
과거 개발자의 삶이 너무나 재밌기도 했으나 다시 현재의 자리로 가야하는 안내판 같은 글이라 너무 감사합니다.
그래도, 공직은 조만간 끝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무원 퇴직자의 끝이 연금 + 60대의 알바 정도 입니다. 연금은 나락인 상황이라서.
SAP개발자 진로는 고민하는 것 중에 하나라서 게시판에 글을 썼습니다.
다시한번 장문의 글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배경 설명>
1.
ERP 는 전사적 자원관리라는 개념이고, SAP 는 독일 SAP 사에서 만든 ERP 솔루션입니다. 세계적으로 많이 쓰고 있는 솔루션은 맞습니다.
그리고 국내에는 영림원ERP 라는 CS 기반 ERP 구축 업체도 있고, 더존이라는 회계특화ERP 솔루션도 있습니다.
꼭 SAP 만 있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거구요.
2.
델파이/CS 기반 지식이 있으시겠지만, SAP는 ABAP 이라는 언어를 사용합니다.
원류를 따라가면 코볼 + SQL 로 시작했구요. 그래서 델파이 기반이시면 구문은 어느정도 익숙해서 배우시기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언어 자체는 화면영역 + 비즈니스 로직 + DB 가 하나로 섞여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델파이 초창기에서도 썼죠. 일명 2티어 방식입니다.
3.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도 SAP 코리아와 과기부에서 주관하는 청년인재 개발 프로그램으로 매년 200명 이상의 수료자가 시장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물론 이 수료자들이 모두 취업은 할 수 없고,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여 일부 업체에 취업을 하게됩니다.
ERP 프로젝트 시장을 보면, 호황이 어느정도 끝나고 축소되는 입장이라 신규인력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현재 프로젝트도 고급/특급 개발자 위주로만 뽑고 있습니다. 신입이 들어설 자리는 없습니다.
신입이 프로젝트를 뛸 수 있는 방법은 회사에 소속되서, 회사가 따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법만 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1.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습니다. 비용은 1천만원정도이고 사설 학원을 다니시면 됩니다.
문제는, 매년 젊은 친구들이 [SAP 정규과정]을 통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데, 선생님이 경쟁상대가 될까요?
게다가 시장은 젊은 사람을 원합니다. 나이가 든 사람이라면, SAP 개발 경력이 길어야 합니다.
(SAP 개발 경력은 SAP 개발 프로젝트를 뛴 이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언어의 개발 경력 말구요)
선생님은 이 [나이], [경력] 둘 중 어느것도 충족시키실 수가 없습니다.
신입 급여를 받는다고 해도, 젊은 친구들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개발 스펙을 작성하는 컨설턴트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는 추세입니다. (평균 40대)
그래서 컨설턴트들도 같이 일할 개발자는 자신보다 어린 사람을 선호합니다. 컨트롤하기 쉬우니까요.
아니면 경력이 많아서 찰떡같이 알아듣는 시니어 개발자를 원합니다.
2.
다른 분야에 비해서 개발자 인력 풀이 적어서 취업하기 쉬운건 맞습니다.
왜냐?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죠. 반대로 말하면 선생님이 신입으로 진입하기도 어렵단 얘기입니다.
취업이 쉬운건, 경력이 풍부한 개발자에 한해서입니다. 신입은 어느 시장이든 어렵습니다.
<결론>
예상하신 답변인 [그냥 공무원 하세요]는 아니죠?
제가 시간을 들여 배경적 요소를 먼저 서술한 것도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안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연일 뉴스에 나오는 것처럼, 내 분야가 아닌 곳의 신입은 어디든 취업지옥입니다.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프리랜서 개발자를 하시면, 더더욱 [수직적 구조]에 목메이게 됩니다.
왜냐하면 현재하고 있는 프로젝트,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프로젝트에 가장 중요한건 실력과 "평판"이거든요.
"평판"관리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못하고 눈치봐가며 합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소리죠 ^^
미래를 걱정하시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아직 남은 시간은 많은데 정년은 다가오고.. 어떻게 먹고 살까 걱정이 되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바닥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50대초반 형님들도 '내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똑같은 고민을 30대 초반 친구가 한다면, 도전하라고 하겠습니다. (단, SAP 청년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합격한다는 전제하에)
하지만, 선생님이 제 지인이라면 무조건 말립니다.
남아있는 공직기간을 포기하고 도전하기에는 너무 큰 리스크입니다.
도전하시겠다면 응원하겠지만 쉽지는 않은 길이 열릴 것 같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보시죠.
오늘 하루도 화이팅입니다.
P.S
"어쨋거나 만들어줬더니, SAP으로 진로를 바꾸라고 합니다."
-> 너 XX에 소질 있으니까, 그걸로 유튜브 찍어봐~ 잘 될 것 같은데? 정도의 조언입니다.
유튜브 시장이 신입한테 얼마나 어려운지 아시죠? 말로만 하는 건 쉽습니다.